J 부모님의 교육관 연애의 기록들

오늘은 당일치기로 J 부모님 별장에 다녀왔다
일단 J의 첫조카는 딸이란다
우리 다 웬지 둘째형 이미지를 생각해 아들일거라 생각했는데.. ㅋㅋㅋㅋ 예쁜거 사다줄수 있어서 나는 신났고
둘째형수는 좀 덜해졌나 싶었으나...
저녁먹으러 가서 주문하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요건 요렇게 해주세요 시금치도 진짜 듬뿍 넣어주세요 (여기까진 좋다) 시금치가 너무 땡겨요 제가 임신해서 땡기는건 무조건 먹어야하거든요"..... 하하하핳ㅎㅎㅎㅎ
큰형네 부부 빼고 다 와서 8명이 먹으러 간거라 테이블이
둘째형 둘째형수 어머님 아버님
             테이블
J 나 여동생 여동생남친
이렇게 앉았는데 형수가 말 끝내자마자 날 사이에 두고 J랑 여동생R은 어이없다 웃기다는 표정을 교환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무말도 표정도 안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선 아버님이랑 냉장고에 들어간 과일을 어떻게 살균해서 먹냐에 대해 갑론을박.....
형수는 냉장고에 들어가면 박테리아가 살기 시작하는데 과일은 데워먹는게 아니니 아주 뜨거운물에 살짝 씻고 찬물로 또 씻어 먹어야한다
아버님은 과일까진 오바다 너 평생 과일먹고 아파본적 있니 이러고...
하하핳ㅎ... 베이킹소다 푼 물에 씻으라 하려다 말려들기 싫어 아무말안함...

아무튼, 저녁먹고 돌아오며 형수, 여동생, 여동생남친은 마트에 들렀다온다고 가서
J랑 둘째형이랑 브로맨스 나누라고 내가 나서서 양보하고 나는 부모님과 차타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남자애 셋을 어떻게 키우셨냐, 내 주변 형제들은 다들 거의 사이가 안좋다, 이런 얘기를 하다 알게된 J 부모님의 교육관.

1. 일단 절대 비교를 안하셨다고 한다.
언제인진 말씀 안하셨는데 J가 한번은 자기는 형들같지 않다고 힘들다고 한적이 있었나보다.
큰형은 변호사 (현재는 프로그래머), 둘째형은 치과의사 이런데 자기는 아니니까.
근데 그에 대한 어머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J야 그럼 내가 확실히 널 잘 키웠구나! 나는 너가 형들을 닮는걸 원하지 않는단다. 너는 너야. 너 자신을 찾아가면 되는거고, 너가 형들을 닮지 않았다면 나는 널 제대로 키웠구나!"
와.......... 완전 감동.
아버님도 어머님의 현답에 너무 감탄하셨다고 추켜세우시는데 진짜 감동받았다.
그래서 셋이 저렇게 우애좋게 컸겠구나 싶었다.

2. 큰형이 위에 썼듯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일을 조금 하다가 프로그래머를 한다.
난 큰형이 로스쿨 나온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선 장남에게 기대가 크다니까 그게 동양권 문화 아니냐고 하시며 장난식으로 우린 큰애가 이미 글렀지 이러시곤 그래도 자기가 즐거운걸 하니까 행복하시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나: 그래도 전 자식이 제가 기대하던 혹은 바라던 길로 안가면 그걸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를거같아요.
아버님: 어렵지 어려워. 근데 그렇다면 나는 원하는걸 하되 적어도 백업 플랜을 세우고 하라 할거야. 예를 들어 대학생 때 뭔가 좀더 가능성 있는 공부도 같이 하고 원하는길이 원하는대로 안풀린다면 그 공부를 써먹으면 되니까.
어머님: 부모도 옳은 길을 잡아주는게 참 어려워.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두분은 큰형에게 실망하지 않으셨고 사이가 나빠지지도 않았다.
요즘 이 가족은 재산 상속 얘기중인데.. 아무래도 둘째형이 치과를 물려받을 예정이다보니 둘째형이 재산의 대다수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셋이 나누는데 아무 이의도 반론도 없는거같다.
참 신기하다.

3. J 남매들이 어릴때 어머님은 절대 찡얼거림을 용납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찡얼거림은 절대 안되고, 왜 그런 기분이 들고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말로 표현하게 교육시키셨다고.
그래서인지 J도 절대 투덜투덜이나 칭얼대지 않는다.

4. 아버님이 여동생R을 공주처럼 대하신다.
툭하면 끌어안으시고 뽀뽀하시고 예뻐하시고 우리 뷰티풀 우리 고져스 하시는데... J가 이것도 아버님한테서 배웠구나 싶었다.

나도 올바르게 키우고싶다.
부모의 가치관과 역할이 제일 중요하구나 역시.

저녁먹는데 J한테
나: 우리할머니한테 자기는 애 낳고싶어한다니까 올바른 청년이라셨어 ㅋㅋㅋㅋㅋ
J: 그게 왜? ㅋㅋㅋㅋ 나도 한국 와서 살라고 하시는거 아니야?
나: 아냐 나만 오길 원하셔
J: 아 그럼 자기랑 "우리 애기들" 만 한국으로 데려가시려는건가?!?!
하는데 가족들 앞에서 "우리" 애기들이래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혼자 좀 민망했다...
말만 앞서가는 내 J야...

아무튼 많은걸 배웠고 감동받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올바르게 키워야지


세심하지만 덜렁거리는 내남자 연애의 기록들

J는 세심하면서도 덜렁거린다
나는 건망증이 엄청 심한데 내껀 잘챙겨서 키나 지갑 폰 같은 중요 소지품 잃어버린적이 손에 꼽는다
물론 우산같은건 잘 잊어버림...

J는 자주 잊어버려서 나갈때마다 내가 챙겨준다 "폰은? 지갑은? 키는?" ㅋㅋㅋㅋ
근데 이런 J는 내가 하는 말들은 잘 기억하는 세심한 남자다
집중력이 짧아 내말을 안듣는거 같다가도 나중에 보면 다 기억하고있어....
이걸 깨닫게 된 계기는 방금전 대화.
이글루에 올리겠다고 대화 번역까지 해가며...말풍선을 좀더 예쁘게 가리고싶었는데 정형화된 모형이 없어서 그냥 색칠해버렸다ㅠ



페북에 과거의 오늘이 뜨는데 고양이1을 데려온 기념일이었다
그걸 J한테 얘기하곤 잊고있었는데 오늘 집 오자마자 처음으로 고양이1이 문새로 탈출 감행;;;; 원래 저돌적이고 워낙 개냥이지만 탈출은 처음이라 놀랬다
그얘기하니까 오늘 마침 자기 데려온날이라고 저렇게 자축하는거래서...
참 내가 말한걸 다 기억하는구나 새삼 놀랐다
물론 티비볼때... 와 게임할때 빼고... ^^





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알러뷰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응가얘기하는거에 재미붙여서 자주한닼ㅋㅋㅋㅋ
그리고 저 말을 끝으로 J는 30분째 또 읽씹중
티비보나보다 ㅋㅋㅋㅋ 그럼 나는 이렇게 이글루하거나 딴짓하다보면 또 답이 오고
그런 루틴에 많이 익숙해졌다

아무튼 참 J가 많이 세심하다
이거뿐 아니라 내가 스치듯 지나가며 한 내 가족, 친구, 반려동물들, 사회종교문제 다 말할땐 대충 대답하는데 나중에 꼭 다시 물어보거나 언급해준다
세심하면서도 덜렁거리는건 도대체 뭔가.. ㅋㅋㅋㅋㅋㅋ귀여워 아무튼. ㅋㅋㅋㅋㅋ
실제 대화를 이렇게 올리니 귀엽네 ㅋㅋㅋ 가끔 올려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


읽으며 눈물이 나서.. 남궁인 선생님의 페북 글 연애의 기록들

응급과 의사 남궁인 선생님을 페북에서 팔로우한다.
처음엔 피키캐스트에서 접해서 페북으로 옮겨왔는데, 읽을때마다 눈물이 난다.
왜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불행한 사람이 많을까. 
묘사가 잔인할정도로 아름답고 정확하고 슬퍼. 
존경합니다.
아래는 예전에 공유해놓고 오늘 다시 읽다가 눈물펑펑(회사에서..;;)한 글.
문제가 되면 지울게요.
울면 안되거나 회사에 있거나 하신분들 읽지 않길 권유드립니다.

남궁인 선생님 페북 3월 6일 2018년 글.

1.
혼잡한 주말 낮, 한 환자가 응급실 한복판을 지나 한적한 구석으로 들어왔다. 노쇠한 할머니였다. 나는 환자를 파악하기 위해 할머니 앞에 섰다. 오래 투병한 듯 마른 얼굴이었고 전신이 부어 있었다. 의식도 온전하지 않아 보였다. 할머니를 흔들어보았으나 반응이 없었다. 뇌병변이 오래 되었음을 전신 상태로 추측할 수 있었다. 곁에는 역시 노쇠한 할아버지 혼자였다. 키가 작고 마른 몸이어서 할머니와 비슷한 시간을 늙어간 것 같았다. 주름진 얼굴의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이 상태가 오래되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오셨나요."
"여기 입원도 했었고, 여기서 치료받아요. 뇌출혈이었어요. 이제 해줄 것이 없다고 하길래 퇴원해서 집에 있었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 열이 나서 왔어요. 콧줄로 밥을 먹는데 콧줄도 빠졌고, 컨디션이 나빠요. 이래저래 걱정돼서 왔어요."
"다른 보호자는 안 계시나요."
"아들은 옛날에 사고로 가고 없어요. 같이 사는 사람은 나 혼자요."
나는 병원 기록을 조회했다. 80대, 고혈압, 당뇨, 간경화가 있었다. 이년 전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채 집에서 와병하는 전형적인 환자였다. 환자에게선 누워서만 생활하는 환자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났다. 평소 상태가 그리 좋았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지금 많이 악화되어 보이지도 않았다. 당장 처치가 필요한 일은 없었다. 나는 감염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를 지시하고, 다른 일로 돌아갔다. 주말 응급실은 여전히 혼잡했다.

2.
검사는 조용히 진행됐다. 두 시간쯤 지나자 약간의 폐렴이 있는 엑스레이와, 요로 감염을 보이는 소변검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자리보전한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열도 심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영양 보충과 함께 항생제를 유지하면서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될 것 같았다. 호출한 신경외과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뇌출혈과 관련된 부분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나는 할아버지를 불렀다.
"꼭 여기 입원할 필요는 없으시다고 하네요. 당분간 나아질 때까지 요양병원에서 항생제를 맞으시면 될것 같아요. 많이 해보셨죠."
할아버지는 어눌하고 느린 어투로 대답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에요. 이 양반이 요즘 더 자주 아파요. 나도 늙었는데, 이 양반도 많이 늙었으니까요."
"워낙에 콧줄로 식사를 하시죠?"
"오래됐죠. 이 양반이 컨디션이 안 좋아선지 뒤척이다가 마침 콧줄이 빠졌어요. 이걸 넣어야 밥을 먹는데, 굶은지 좀 되었어요. 배가 고플 거요."
"네, 넣어드리고 요양병원을 알아봐드릴 테니, 치료 잘 받으세요.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곁에서 오랫동안 할머니를 간호한 것 같았다. 자식이 없다면 의지할 곳도 특별히 없었을 것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대개 살아남은 배우자가 환자를 끝까지 돌본다. 나는 콧줄 삽입과 동시에 환자의 퇴원 지시를 냈다. 콧줄은 위로 직접 연결되어 할머니의 식사를 책임질 것이다. 곧 삽입이 준비되었다. 나는 여전히 혼잡한 응급실의 다른 환자로 돌아갔다.

3.
한참 뒤 한편에서 갑자기 급박한 소리가 들렸다. 남녀의 비명이 섞인 단말마의 불길한 음성. 늘 혼곤하고 시끄러운 응급실이지만, 이처럼 날카로운 소리는 특별히 인간의 신경을 긁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뛰어갔다. 방금 보았던 할머니가 피를 뿜고 있었다. 할머니의 코와 입으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할머니는 손발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피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몸을 꿀렁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저, 갑자기... 할머니가... 피를..."
콧줄을 넣다가 갑자기 생긴 일이라고 했다. 아까 읽었던 차트가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옛날에 간경화로인한 출혈로 내시경을 받은 기록이 있었다. 정맥류 파열이다. 콧줄을 넣다가 정맥류가 터졌구나... 하필 퇴원하려는 지금.
"할머니 중환 구역으로 옮겨요. 지금 당장."
할머니는 지금부터 더 이상 평온한 환자가 아니었다. 의료진이 달려들어 할머니를 중환자 구역으로 옮겼다. 굴러가는 침대 위에서도 할머니는 피를 꿀렁거리면서 뿜었다. 할아버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침대와 의료진을 쫓아왔다. 여기서부턴 들어와선 안된다는 말에, 할아버지는 말없이 구역 바깥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나는 환자 앞에 섰다. 영양 결핍으로 인한 빈혈이 있었다. 간경화로 인한 정맥류 출혈이라면 지혈이 쉽지 않다. 응고 인자의 이상으로 피는 걷잡을 수 없이 더 날 것이다. 악재뿐이다. 멈출 수 없다면 곧 죽는 것이다. "여기 중심정맥관이랑 전혈, 신선냉동혈장 신청하겠어요. 빨리."
환자에게 소독된 포가 덮였다. 중심정맥관은 급박하고 신속하게 들어갔다. 쏟아붓는 수액만큼 할머니는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퇴원을 지시한 신경외과는 연락을 받고 당황해서 다시 응급실로 내려왔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다 찾아요." 호출을 받은 내과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빠른 결론을 냈다. 내시경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정맥류 결찰을 이미 어렵게 했었고, 콧줄을 오래 껴서 위벽도 더 약할 것이며, 지금 저 정도면 시야 확보조차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수술이 필요할 것 같았다. 배를 열어서 출혈을 막아야 할 것 같았다.
외과에 연락했다. 방금 콧줄을 끼던 인턴이 주사기를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성대고 있었다. "선생님 저..." "괜찮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가 했어도 그랬을 거다. 이제 이건 네 일을 넘었다. 너는 네 일을 해라." 그동안 환자의 혈압은 급강하하고, 빈혈 수치도 계속 떨어졌다. 잔뜩 매달린 피가 혈관으로 쏟아져 시간을 벌고 있었다. 외과는 기록과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수술을 결정했다. 출혈 부위를 절제해보겠다고 했다. "시간 싸움이네요." 수술방에 연락하자 마취과까지 내려왔다. 중환 구역은 많은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그 시간 동안 할머니는 여전히 피를 뿜었고, 이제는 항문으로도 변과 섞인 피가 쏟아졌다. 죽음의 냄새가 났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위장관 출혈입니다. 수술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돌아가실 확률이 높습니다. 콧줄을 끼지 않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이제, 저 양반이 지금 죽는 건가요. 그게 지금인가요.”
“솔직히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오래 사셨어요. 모든 게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죽음이 가까운 할머니였지만, 분명 여기서 갑작스럽게 나빠졌다. 약간이라도 준비가 된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은 달랐다. 게다가 코와 입으로 피를 쏟아내는 모습의 죽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아... 혼자 간병하며 저 양반만 보고 살았어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동의서는 빠르게 작성되었다. 준비가 다 되었는지 수술방에서 호출이 왔다. 급박하게 엠부백을 짜면서, 많은 의료진은 할머니를 따라 수술방으로 향했다. 개복해서 출혈 부위를 붙들어야 했다. 의료진은 수술방에 집결했다. 관계된 당직 의사는 다 모인 셈이었다. 나는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집도의에게 물었다.
"할머니가, 개복을 견딜 수 있을까요."
"힘들어 보입니다. 하여간 이게 최선입니다. 초반에 막으면 버틸 수도 있을 겁니다."
할머니는 수술대 위로 옮겨졌다. 그 순간까지도 할머니의 코와 입에서는 핏물이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마취 주사를 놓고, 수술을 시작하려는 순간, 할머니의 심박이 떨어졌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피와 수액이 들어가고 있어서 더 이상 할 처치가 없었다. 곧 심박은 사라졌다. 돌아오지 않는 한 수술은 불가능했다. 한 가운이 할머니 위에 올라앉아 가슴팍을 눌러댔다. 나머지 의료진은 할머니를 두고 동그랗게 모여들었다.
뇌출혈로 2년간 투병. 엄청난 위장관 출혈. 간경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죽을 것이다. 살아남더라도 죽음과 비슷한 결과로 끝날 것이다. 그러면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콧줄을 넣은 사람, 콧줄을 지시한 사람, 발견하고 대처한 사람, 수술을 결정하고 준비한 사람, 기타 의사 결정에 관여한 사람,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가. 하지만 80대 노인이고, 건강은 좋지 않았다. 보호자가 묻지 않으면 이 책임은 없다. 처치가 불가항력적이기도 했다. 우리는 심폐소생술을 유지하며 마음속에 돌덩이처럼 매달린 무엇인가를 떠올렸고, 할머니는 가슴이 눌릴 때마다 입과 코에서 피를 뿜었다. 짜고 있는 엠부백으로도 피가 역류했다. 그렇게 환자의 무른 피는 우리 모두의 옷가지를 적셨고, 환자의 얼굴과 가슴팍과 손끝은 피칠갑이 되었다. 분명히 죽을 것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은 왔다. 환자의 심전도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떠나버렸다. 나는 수술방 밖으로 나가 할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돌아가셨습니다. 불가능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 보지 못한 일이라 믿기지도 않는지 그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4.
이 죽음을 두고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헤아렸다. 오랜 투병을 거친 할머니였지만, 급박한 수술대에서 죽었다. 그 위는 책임이 발생하는 곳이다. 그러면 죽음의 인과관계는 우리에게 있는가, 아니면 환자에게 있는가. 생명이 다 하면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근본적 원인이라면, 이 죽음은 죽음 그대로 끝나야 하고, 최선을 다 했던 우리에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혹여 할아버지는 책임을 물어 우리는 이 죽음을 규명하며 책임을 나누어야 하는가. 복잡한 생각으로 현장을 정리하려던 우리에게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애절한 표정이었다.
"환자에게 할 말이 있어요.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지금 말해야 됩니다."
"이미 돌아가셨어요. 현장이 안 좋습니다. 저희가 정리하고 말씀드릴게요."
"괜찮아요. 부탁입니다. 지금 봐야 해요. 지금 환자를 보게 해주세요."
우리는 솔직히 할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까 조금 걱정스러웠다. 우리가 놓친 무엇인가를 확인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막을 논리가 없었다.
"그러면 잠깐 보시죠."
누추한 복장의 할아버지는 가운과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혼자 걸어 들어왔다. 할머니는 수액과 핏더미를 주렁주렁 달고 축 처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한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붙들고, 다른 손으로 피투성이가 된 뻣뻣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할아버지의 두 손바닥도 곧 피범벅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주름으로 깊게 팬 얼굴에 더욱 커다란 슬픔을 얹기 시작했다. 미간이 쪼그라들고,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더 짙은 골이 패였다. 이윽고 할아버지는 시신을 붙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나와 함께 오래 살았네. 감사했네. 여보. 당신. 나는 행복했네. 나는 행운이었네. 많은 사람 중에 하필 자네와 평생을 함께 해서, 나는 행운아였네. 그 행운이 육십 년도 넘었네. 그래서 나는 너무 운이 좋았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네. 이제 자네가 떠났으니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일세. 대신 나는 자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안다네. 먼저 가 있게. 좋은 곳이라고 들었네. 여기보다 평온한 곳이라고 들었네. 어떻게 우리가 같이 한날한시에 가겠나. 대신 자네가 먼저 간 것일세."
죄책감으로 시신을 정리하려던 의료진은 전부 멍청하게 서 있었다. 이제 그들의 몸과 손은 가라앉아 다만 할아버지의 넋두리를 들으며 몸을 떨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주변을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가서 기다리고 있게. 먼저 편히 가게나. 곧 가겠네. 곧 따라가겠네. 자네. 지금 모습이 조금 수척할지라도, 자네의 영혼은 편안해졌음을 믿는다네. 자네가 이런 모습이라고, 나는 자네가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그래서 나도 괜찮네. 예기치 못했지만, 괜찮네. 곧 보세. 좋은 곳에서. 헤어지지 않을 것일세. 이젠 헤어지지 않겠네. 사랑하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잘 가게. 잘 가게나..."
숱한 죽음을 목격했던 강철같은 사내들은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할아버지는 이제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소리를 내는 사람은 할아버지 하나뿐이었다. "할아버지를 그대로 둡시다." 사내들은 피범벅인 손을 흐르는 물에 씻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 할아버지는 무릎을 꿇은 채 그 손과 얼굴을 붙들고 오래 그렇게 있었다. "이제 부디 잘 가시게... 편히 잘 가게..."

5.
할머니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그와 관련해 더 이상 어떤 일도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았다.

6.
나는 다른 죽음을 막아내며 밤을 새웠다. 피로에 절은 몸으로 나는 집을 향해 운전했다. 머릿속이 혼곤해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부를 묻고 나는 간밤의 이야기를 꺼냈다. 말하며 자꾸 울음이 배어 나왔다. "어제 한 할머니가 처치중에 죽었어요. 솔직히 할아버지가, 책임을 묻거나, 아니면 이미 돌아가실 분이었으니까, 그냥 죽음을 받아들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 못 산다고,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했어요. 잘 가 있으라고, 당신뿐이었다고, 이미 피범벅인, 돌아가신 할머니를 붙들고. 계속... 그런데 잘잘못이나 따지던 우리는... 그 자리에서..."
나는 말을 잇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한참 뒤에 대답했다.
"... 인아. 사랑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다. 거의 인생만큼 긴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영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떼어놓고 자신을 생각할 수가 없게 된다. 그처럼 치명적인 게 없다. 인아. 할아버지는 오래 못 살겠다.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은 죽는 거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는 거다. 할아버지는 계속 사랑하는 사람일 거다. 잘 했다, 인아. 수고했다."
나는 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먹이는 차창 밖으로 빗줄기가 부슬거리는 한강변이 보였다. 출근길의 도로는 꽉 막혀 움직이지 않았다. 차들은 슬픔 없이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 차는 도저히 한치도, 조금도, 나아갈 것 같지 않았다.



식물은 참 강하다 삶, 이런저런 생각들

작년 이사 후 나는 처음으로 식물들을 사봤다
그 중 하나가 이거... 이름을 까먹었는데 하이브리드라 잎 색이 저렇다




저 물어뜯은 자국은 우리 냥님 한마리가...
아무튼 이랬던 애가.. 겨울에 실내로 들여와서도 잘 살아남더니.... 갑자기 하나하나 잎을 떨어트리더니... 잎 전멸.
그래서 죽은줄 알고 버리려했는데 4월쯤 혹시나해서 얘를 사온 식물원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이제 봄이니 밖에 내놔보래서 내놓은지 4개월..




이렇게 잎이 자라났다!!!!!
뿐만 아니라 새순이 막 돋아나려하는게 보인다
너무 신기했다.
근데 옆 줄기도 같은 뿌리인데 얘는 마지막 잎 하나가 마른채로 쭉 매달려있고 새순은 아무것도 안나길래 오늘 그 잎을 따줬다.
아무튼 식물은 참 강하다
이번엔 잘 키워봐야지.

그리고 아래 사진들은 작년 내 푸르렀던 발코니.... 지금은 다 죽음... ㅠ 연쇄살식물마... 또륵



양배추였나... 그런데 꽃이 너무 많이 피더니 저 꽃들 전체에 진드기가 엄청많이 생겨서 기겁하며 다 처분


상추와 깻잎.
아무래도 화단에 키우다 보니 저 이상 크질 않아 먹지도 못했다...
가끔 저 쪼마난 이파리 뜯어 겨울이랑 나눠먹음(?)...


수박을 이정도까지 키웠다
성당 5살짜리 애기가 보더니 "에이 이게 어떻게 수박이야? 너무 작아!!!" 라고 팩폭을...


9시방향에 내 아보카도... ㅠㅠㅠ
그 밑에도 아보카도들.. ㅠㅠ
2시 방향에 벨라팜 빼곤 다 사망.
벨라팜은 현재 실내에서 키우는데 비료빨로 버티고 있는데 잎이 저렇게 다 푸르지가 않고 반쯤 죽어간다... 또륵


망고 싹 틔웠었고 많이 자라서 잘 살아있었는데..
최근 2주간 폭풍우가 몰아치며 물그릇에 물이 계속 고여있던걸 몰랐다
그래서 물을 너무 많이 먹고 죽은듯.. ㅠ
페트병 잘라서 화분으로 써서 흙이 보이는데 아래쪽 흙은 이끼로 뒤덮였..... ㄷㄷ

아무튼 식물은 강하다
집 사면 제대로 화단 가꿔봐야지.

그리고...우리 호스트아빠는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나랑 동생은 몰래 2주뒤에 방문해 서프라이즈 해드릴 예정.
어쩌면 인간의 목숨이 제일 실날같은것 같다.
그래도 수술 잘 되서 감사합니다.
이게 마지막이길, 앞으론 아프시지 않길..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아 연애의 기록들

간만에 연밸을 지키러 돌아왔습니다
J랑은 여전히 일주일에 두세번정도 보고있고, 주말은 거의 항상 같이 보내고 잘지내요.

...잘 지낸건 아니었지.
사실 지난주도 폭풍의 한주였다.
전여친 이름 부른걸로 시작해서..
블로그에 쓰진 않았지만 계속 울었다
J는 페북에 전여친 정리를 잘 안해서 현 프로필사진은 나랑 찍은거지만 몇장만 뒤로 넘기면 전여친이랑 찍은거였고,
심지어 가족 모두가 아직도 전여친이랑 페북 친구다.
거기다 그여자도 새남친이 있는데도 J랑 관련된걸 안지워서 J가 태그된게 보이는데, 꽃 보내준거 (아무날도 아닌데), 이여자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 사준거, 이런게 보인다.
그걸보니 또 열받아서 막 울다가 저거 다 지우라그랬더니 그제서야 싹 다 지우고....
수요일인가 목요일에 만났는데 저녁 먹으러 어디갈까 하는데 원래 우리 자주 가던 데 갈까? 하니까
J: 거긴 좀 너무 비싸.. 나 이번 여행 다녀오면서 돈 너무 많이 써서 돈 아껴야돼
하는데 또 울컥.
나도 참 속물이구나 싶었던게 J가 전체적으로 돈을 아끼고 있는거 아는데, 이젠 나랑 저녁먹는거에서도 아끼는구나 싶어서 너무 슬펐다.
나도 돈 아끼고 있지만, J에게는 아낌없이 쓰고 내가 장보거나 쇼핑하는걸 줄였는데.
우리도 이제 데이트할때 금액 신경써야되는 시기가 온건가 해서 너무 슬퍼서 또 우니까 J는 또 당황.
물론 그 레스토랑 가도 되는데, 그냥 보통날의 저녁으로 먹기엔 좀 비싼 곳인데 (그래봐야 인당 15-20불 하는곳인데), 전체적으로 돈 아끼려고 하고있다고...
그래서 내가 나는 집 때문에 그렇다쳐도 너는 돈 왜 아끼려고 하는데? 하니까
J: 아니 뭐... 그냥.. 돈아껴야지.. 내가 결혼반지 사고 싶을수도 있는거잖아? (What if I want to buy you a wedding ring?)
라고 하는데 이인간 또 말만 앞서는구만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뭔소리냐고 됐다하고 J는 진짜 그냥 전체적으로 아끼려고 한거다, personal하게 받아들이지말라고, 계속 달래주고 거기 가고싶음 가자고 하다가
내가 가고싶어하던 버거 전문점 가서 화해하고 돌아왔다.

그런 와중에, 이글루 이웃님의 안좋은 소식을 듣고..
아 나도 여기에 J뿐이구나 싶어서.. 사랑만 하기에도 정말 짧은 인생이구나 싶어서..
마음을 (벌써 수백번이었지만) 또 고쳐먹었다.
그리고 J는.. 전혀 변함없이 나에게 더 애정을 표현해준다.

금요일 밤에 우리는 J 부모님 별장으로 갔다.
가면서...
J한테 나는 비싼 반지 필요없다고 했다.
J라서가 아니고, 아무도 폄하하는것도 아닌데, 원래 나는 질보다 양 인 사람이었다.ㅋㅋ;
그래서 명품 사본적은 한두번밖에 없고, 정말 그냥 질 괜찮은 싼걸 더 많이 산다.
그러니 보석류는 더더욱 관심이 없고...
일단 이남자가 나랑 결혼해서 남은 생을 같이 살고싶다는데 그걸 비싼 돌로 증명해야하는것도 이해불가능.
굳이 그 작은 다이아 돌을 몇백 주고 사야하는것도 이해가 안가고..
그런 비싼걸 끼고 다니기도 너무 무섭고 잃어버리면 어쩌냐니까
그럼 J가 다시 사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건은 물건일 뿐이라고 하는데 나는 싫다고
정말 나는 차라리 그 돈을 살림에 보태고 싶다고 (집 구매 금액이나 가구 사는데) 
차라리 짝퉁을 사도 좋다고 ㅋㅋㅋ 솔직히 아무도 우리가 짝퉁을 낄거라곤 의심 못할거라고 했더니
그건 심했고 아무튼 알겠다고 했다.ㅋㅋㅋ
우리엄마가 그런다.
엄마한테 진품이 몇개 있긴 한데, 보통 우리엄마는 질 좋은 짭을 산다.
그러면서 하는말: "야 엄마정도면 아무도 엄마가 짭 들거나 입는다고 의심 안해"
오............. 맞네....
현명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나도 그러고싶다.
J는 좋겠다 ㅋㅋㅋㅋㅋㅋ돈굳었음.ㅋㅋㅋ 

아무튼 J가 운전하고 갔는데... 도착 10분전에 갑자기 경찰이 사이렌 라이트만 키고 따라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가 없어서 J가 모르다가 내가 사이드미러로 보고 "자기야 멈춰 경찰이 사이렌 키고 뒤에 있어" 하고 설마 우릴 잡는줄은 모르고 멈췄는데, 우릴 잡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하고 멈추니까 경찰이 오더니 J 면허랑 내 차 registration을 가져가더니...
차 번호판 비추는(?) 전구가 나갔다고 한다...
난 그런게 내 차에 있는줄도 몰랐다;;;
차 산지 5년이 되니 슬슬 하나둘씩 뭐가 나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걸로 티켓을 줬다... 와
보통 경고 주는데.. ㅡㅡ 그러면서 이걸 주말간 고치고, 내 근처 경찰서 가서 확인받고 티켓을 다시 관할서로 보내면 벌금 안내도 된다고 했다.. 아... 
J는 이딴걸로 티켓을 주냐고, 어이없다고 투덜투덜.. 부모님도 보시더니 이게뭐냐고 경찰관이 시골이라 엄청 심심했고 발급해야하는 티켓 수가 있어 그런거같다고 어이없어하시고...
그냥.. 웃긴 경험.ㅋㅋㅋ 덕분에 내 차에 대해 또 배웠네.ㅋㅋㅋ
 
아무튼 무사히 도착.
J형제들은 아무도 안오고 부모님, J 이모님과 이모부, 우리 뿐이었다.
처음 뵙는 이모님과 이모부님도 정말 다정하신 분들이셨다. 
이모부님은 날 처음보자마자 볼에 뽀뽀해주시고 ㅋㅋㅋ 두분다 내 이름도 정확히 아시고 드디어 날 만나게되서 너무 좋으시다고 반겨주셨다.
아버님과 이모부님은 시가와 위스키를 좋아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 J도 따라가서 피고 마시고 오고
나는 그동안 어머님과 이모님과 수다떨다가 다들 한 한시쯤 자러갔다
나는 시가가 담배와 다른줄 몰랐다. 냄새가 똑같...;;;;
J도 가끔 핀대서 놀랬지만 뭐.. 생각보다 많이 핀건 아닌지 전혀 냄새가 안나서 괜찮았다.

다음날 다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주로 J의 여행얘기와 나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원래 날이 좋으면 보트에서 저녁먹으며 유성우를 보려했는데 
뉴욕이 미쳤는지 올해 비가 정말 미친듯이 온다.
그래서 또 비가 와서 뭐할까 하다가 나랑 J는 포켓몬 잡으러 가야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분들은 집에 있기 심심하신지 옆주 미술관을 가자셔서 
이 동네보단 포켓몬이 많겠지 하고 따라갔다
미술관은 잘 되어 있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으므로 대충 보고
J랑 나는 포켓몬 잡으러 비 맞으며 걸어다니고 ㅋㅋㅋㅋㅋ
아버님 차가 세 대 있으신데 (전부다 벤츠 이런건 아님) 제일 큰 6인승 트럭을 타고 아버님이 운전하셨는데 
미술관에서 벗어나는길에 앞차가 우회전을 하는줄알고 아버님이 왼쪽만 보고 우회전하시려다 앞차가 안가서 살짝 접촉사고를 내셨다
나는 뒤에 앉아있었고 앞차를 우리가 박은건데도 나는 머리랑 귀가 아팠다.
진짜 정말 살짝 접촉사고였고, 심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차 운전한 사람이 알고보니 J 둘째형 치대 동기..;;
나랑 J랑 어머님은 안 나가고 뒤에 앉아있어 몰랐는데, 분위기가 전혀 험악하지도 않고 아버님이 완전 쿨하시게 "have a good day!"하고 들어오시길래 뭐죠... 하고있는데 들어오셔서 말씀하시길
운전자가 둘째형 대학 티셔츠를 입고있길래 혹시나해서 물어보니 치대 다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어 그럼 너 내 아들 아냐고, 이름 얘기하니까 친하진 않지만 첫 2년간 수업을 같이 들었다고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그 차에 타고 계시던 그쪽 엄마는 아버님께 미안하다고 했다고.. 그렇게 잘 풀리고 ㅋㅋ

돌아와서 다들 낮잠자고
나는 사고가 무서웠는지 눈감아도 잠이 안와 진짜 눈만 감고 있다가
저녁먹으러 갔다

J도 처음 가보는 레스토랑인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고,
디저트가 최고였다.......
나는 티라미수 시켰는데 진짜 존맛이었고 아버님은 크림브륄레, J랑 어머님이랑 이모부님은 테린느, 이모님은 신기한걸 시키셨는데
다 먹어봤는데 존맛..
특히 테린느 한국에서 유행이던데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
근데 그 밑에 바닐라빈 소스?같은게 있었는데 그게 더 존맛이었는데 뭐였을까 너무 궁금..ㅠㅠ
아무튼 저녁도 또 거하게 얻어먹고

집에와서 남자어른분들은 hot tub하시면서 위스키+시가 하시면서 노시고
여자어른분들은 hot tub에서 수다떠시고
나랑 J는 그냥 옆에서 노는데
이게 베란다같은 방인데, 전면이 다 나무틀만 남기고 철망으로 되어있어 환기가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시가냄새가 담배냄새랑 똑같아서인지 머리가 느무느무 아포....
그래서 나는 들어와서 좀 쉬고
J가 다 놀고 와서 자러 갔는데 J는 낮잠을 너무 잘자서 ㅋㅋㅋㅋㅋㅋㅋ 잠이 안온다고 징징거리다 또 늦게 잤다

다음날은 아침을 좀 일찍 먹고
이모님 이모부님은 가시고
J랑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님이 전날 비자 기프트카드가 있으시다고, J한테 가져가서 나 옷이나 가방 사주시라고 하셔서;;;; 정말 괜찮다고, (반쯤 농담으로) 진짜 재정적 고비가 크게 오면 그때 부탁드리겠다니까
아버님: 숭아야 난 진심으로 가족들을 위해 돈 쓰는게 제일 행복해. This is the best family I could ever ask for, 그리고 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정말 행복해. 내가 그럴 능력이 되는것도 정말 감사하고. 며느리들, R 남친, 그리고 숭아 너도 우리 가족이고 나는 너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단다.
하셔서 또 감동...ㅠㅠㅠ
우리가 떠나기 전에는 티비를 주신다고 가져가라고 하신다;;; 
지난주 화요일에 내가 J한테 우리집 오는거 어떠냐고 갑자기 물어봤는데 J가 읽씹하길래 이ㅅㅋ 오기 귀찮구나 내가 가는게 익숙하고 편하구나 싶어서 빡쳤었는데..
J는 아랫집 사는 애들이랑 놀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나보고 오고싶음 오라고 하려했는데 내가 갑자기 우리집에 오라 한걸 거절하고 자기집으로 오라고 하는게 미안해서 그랬다고 설명하며 풀렸지만
아무튼 그때 내가 우리집오면 할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집 사면 티비 사겠다고 했더니..
J가 아버님한테 얘기했는지 별장에 남는 티비가 두개 있다고 하나 주신다고 하셨다;;;;
아정말 괜찮다고 내가 사겠다니까 빌려주시는거라고, J를 위한거라 치고 가져가라셔서.. 
집 사게 되면 가져간다고 했다... 끄잉...
나는 정말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보다...

주말내내 J는 툭하면 이모님 이모부님 앞에서도 온갖 애정표현을 퍼부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툭하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이글루 이웃님의 안좋은 소식을 얘기해주며 참 인생이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데 나 너한테 잘하겠다고, 나도 여기에 진짜 너밖에 없더라.. 하니까 J가 무슨소리냐고, 이젠 자기 가족도 있다고 하는게 너무 고마웠다.
정말 안삐지고 잘해야지.. 진짜로.

그리고 집에 돌아오려는데..
또다시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이 짧다고 느낀게..
나는 고등학교를 미국 남부 시골에서 2년반 다녔는데, 그 때 하숙하던 분들이 정말 친부모님 같은 분들이 되어주셨다.
호스트아빠는 미국인이고 호스트엄마는 한국분이신데, 호스트아빠가 미군이었어서 한국으로 발령가서 첫눈에 반해 호스트엄마가 19살이실때 미국으로 데려오셔서 결혼하셨다고.
그이후로도 쭈욱 잘 살고있고, 아들 하나 있으신데 J랑 이름이 같고 나보다 15살정도 많은데 4년전에 결혼 11년만에 첫 아들을 낳아 손주보는 낙에 살고 계신다.
나랑 여전히 일주일에 한번씩 통화하고, 1년에 한번씩은 꼭 내가 보러가거나 여기로 놀러오신다.

호스트아빠는 미군 은퇴(?)후 경찰이 되었다.
그 시골마을에서도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 몸싸움/폭행당한건 부지기수요, 교통사고도 몇번 일어났고, 아마 범죄자를 (어쩔수없이) 죽인적도 있을거다.
내가 그집살때 호스트아빠가 잡아서 감옥에 보낸 죄수가 석방되니 조심하라는 편지도 몇번 받았었다.
그런 호스트아빠는, (나도 들은지 오래됐고 울면서 들어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16년전쯤 어느 집에서 불이 났는데 그 안의 사람들을 구하러 들어가려고 그집 울타리를 뛰어 넘는데, 착지 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는지 온 몸에 전류가 흐르며 그대로 허리를 다쳤다.
그래도 어떻게든 구하려고 집까지 가서 갓난애기를 구해 나왔는데 너무 늦었었는지 결국 그 아기는 호스트아빠 품에서 죽었고..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 은퇴하고 지금까지도 신경안정제 및 트라우마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그 16년간.. 허리 두번 대수술, 암 3개, 어깨, 제작년엔 여름 뙤약볕 밑에서 일하다 뇌출혈, 등등의 수술을 거쳐왔다.
나 고등학교때 prostate cancer에 걸리셔서, 우리집은 주도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곳인데 병원이 주도에 있어서, 거기서 9주간 생활하고 치료받으시며 주말에만 집에 오시고 그랬었다.
그리고.. 우리 호스트엄마는 한번도 불평하거나 우신적이 없으시다. 정말 강인하신 분이시다.

그런 몸이라 호스트아빠는 항상 아프다.
신경안정제를 포함해 약을 거의 하루에 10알 이상씩 드시고, 몸이 안좋은날은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이제 61살이신가 그런데.
지난 1년간 심장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처음엔 아무도 원인을 모르고 그냥 온갖 복합적인 원인일거라고 하더니..
큰 병원에 가래서 지난주에 주도에 있는 병원을 가서 심장전문의를 봤다고 한다.
그리고 전문의는, 혈전이 너무 많다고, 거의 95% 이상이라고 당장 수술을 하자며.. 
내일모레로 수술을 잡았다고 한다.
또 수술이라니. 심장을 여는, 4시간의 수술이라고 한다.
의사가, 솔직히 말해 100명 중 한두명은 죽는다고 했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우리 호스트아빠는, 좋네요 그럼 제가 98명이겠군요. 라고 했다고, 아무 걱정도 안한다고 한다.
호스트엄마는 아무일도 없으신듯이 그냥 평소처럼 수다떠시고 괜찮을거라고 하신다.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쌔미 (손주)는 할아버지가 아파서 고쳐야해서 당분간 못본다니까, 그 어린게 이해하는건지 와서 할아버지를 한참을 안고 눈을 꼭 감고 있다가 Papa, feel better 하고 갔다고 한다.

신이 있기는 한걸까
왜 우리 호스트아빠는 저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할까
오히려 죄와 반대로 죄를 처단하는 삶을 살았는데 왜 그런 삶이 주어졌을까
그렇게 신을 독실하게 믿는데 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제발 작년에 봤던게 마지막이 아니길. 어제의 통화가 마지막이 아니길.
다 괜찮을거야. 수술 잘 될거야.

그리고 이 얘길 듣자마자 J는 같이 위로의 카드를 보내자고 했다.
미국은 카드 문화가 활발하고, 호스트 부모님도 내 생일마다 항상 카드를 보내주셨는데 난 아무래도 그게 익숙치 않아서 한번도 보내본적이 없었는데..
거기다 얼굴도 안본 분들께 먼저 그렇게 카드 보내자고 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카드를 보냈는데, 읽으시게 되겠지 제발.

더 쓸 말이 많지만 줄여야겠다.
짧게 말하자면 지난 목요일에 본 집이 매우 마음에 들어 오퍼를 넣었고 받아들였다.
인스펙션이 이번엔 잘되길 바라며.
1939년에 지어진 집(!)이라 좀 그렇지만... 너무 관리 잘되어있고 위치가 좋아서 사기로 했다.

한국 회사들이 너무 싫다.
번역회사는 계약서를 보내줬는데 엄마가 변호사랑 얘기하더니 이건 노예계약수준이라고 분노했다.
난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나보다.
다른 회사는 시급 쥐꼬리만큼 주면서 나한테 온갖걸 다 부려먹으려하고, 내가 써놓은 업무일지가 빈약하다며 오늘 미팅좀 하자고 한다.
내 회사는 업무일지를 안쓰고, 무슨일을 했냐고 묻지도 않고, 그냥 적당히 잘 하면 된다.
나도 이거에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그래서 업무일지를 쓰는게 이상했지만, 쓰라는대로 쓰고 시간을 들여 열심히 일을 했는데... 나같은 고급인력을 그렇게 써먹으면서 저러니 짜증이 난다.
좋은 경험인데, 짜증은 나네.ㅎ

그래도.. 사랑만 하기에도, 웃기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니 털어내고 또 오늘 하루도 즐거워야지.
우리 호스트아빠도, 이글루 이웃님의 친구분도, 모두에게 기적이 오길 바래요.
그리고 저에게 올 기적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면, 그 일부가 필요한 분들께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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