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너무 빠른것같아, 당황스러워 연애의 기록들

어제는 전에 썼듯 슈퍼볼이었고 나는 당당히(?) J의 친구들과 같이 경기를 보는 자리에 초대받아 J의 집으로 갔다
가기전에 고수를 좀 사다달래서 고수와 치즈케익을 사서 도와줄게 있으려나 싶어 좀 일찍 갔는데 
도와줄거 없다고, 그냥 나랑 놀고싶었다며 티비를 봤다
근데 나는 정말 티비쇼를 안보는 성격이다 예능이던 드라마던 심지어 영화도 잘 안보고
시간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어디서 봐야하는지도 한군데 빼고 모른다;
거기다 한국 예능들은 네이트 기사로 내용을 다 읽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은 다 안다
헤드라인에도 드라마 내용이 다 요약되어있기때문에 안봐도 누가 나오는지 무슨 내용인지 다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정말 정말 스트레스받으면 맥주한병이랑 그주에 재밌었다고 댓글 많이 달린 예능 한개 보는 정도?

그걸 아는 J는 정말 안절부절하며 자꾸 보는 티비쇼를 바꾸는거다
처음엔 무슨... 만화 보더니 막 불안해하면서 딴거보자 하고 자기가 나한테 추천해줬던 쇼로 바꿨다가 퍼피볼이라고 동물 채널에서 입양되야하는 강아지들 풀어놓고 풋볼경기처럼 시키는걸 보여준다
그래서 난 진짜 괜찮다고, 아무거나 봐도 된다고 하는데도 자꾸 J는 "아 너는 티비 안보잖아, 이거 재밌어? 괜찮아? 별로지 바꿀까?" 계속 그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하
티비를 좀 봐야겠다

그러곤 나에게 차를 끓여주겠대서 같이 부엌으로 갔는데 갑자기 J가 그런다
J: 있잖아, 할말이 있어
나: 응? 뭐야 뭐? 나쁜말이야? 뭔데?
J: 아니, 음... 있지, 우리 너무 빠른거같아
나: 응?
J: 너랑 만나고 노는거 정말 좋아, 계속 만나고싶고, 근데 육체적 진도가 이렇게 빠른거 사실 처음이야.. 그래서 되게 당황스러워
나: (?????) 음... 그래서.. 나한테 뭘 말하고싶은거야?
J: 아니 그냥.. 당황스러워.. 나한텐 되게 unusual한일이야... (너님 여자 두명 만나봤잖아요....)
나: ...응... 알았어.....;
J: 아 그러니까 정말 좋은데, 앞으로 밖에서도 데이트 더 자주 했음 좋겠어. 물론!! (침대방을 가리키며 ㅋㅋㅋㅋ) 이것도 킵 하고! 그치만 밖에서 데이트도 자주하고!
나: 응 나도 좋아 그럼

이라고는 했지만......... 당황스러운거다
사실 토요일 저녁에 연락두절됐었다
흔한일이긴 하지만 ㅋㅋㅋ 뭐 연락 되다 안되다 하다가
저녁에 내가 내일 타코 딥 만들어가도 되냐니까 아니라고 친구가 만들어온대서 알았다 하고 끊기고
나는 숙제하다 지쳐 스트레스받아 11시쯤 전화했는데 안받고 다음날 아침에 연락왔었다
그래서 어제 더 나은 여자를 만난건가, 그래서 나랑 거리를 두려는건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거기다 화장실에 내칫솔도 숨겨놨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 칫솔 숨겼네? 하니까 아 친구들이 보면 그닥 좋진 않으니까 해서 그냥 내가 선수쳐서 "맞아 잘했다고 하려고^^" 라고 해줬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나서 집에 데려오느라 내칫솔 숨긴거같아서
아거기다 금요일 저녁엔 나한테 자기 핸드폰에 앱들을 얼마나 카테고리로 정리 잘해놨는지 보여주다가 데이팅 앱들을 보여줬다 ㅋㅋㅋ 한 5개 있던거같은데
그중 우리가 썼던 앱을 가리키며 "우리 여기서 만났어!" 하길래 "이제 지워야될때 안됐어?" 하니까 "메이비" 라고 대답했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래서 더 짜증이 났었다 다른여자 만났겠지 싶어서

아무튼 너무 우울했다
내가 싫어진건가 흥미가 떨어진건가
왜 나는 항상 진도를 이렇게 빨리 나가버리지 다 내가 처신 못한 잘못이야
내가 싫으면 싫다하지 꼭 저렇게 돌려말해야하나 너무 슬프다
그래도 최대한 티 안내고
J가 2주전 스노보드타다 발목을 다쳤대서 파스 사왔는데 마침 어제 잠도 잘못자서 목도 상태가 안좋대서 그거 붙여주고
계속 차마시고 티비보며 아무말도 안하다가 그럼 어떤 데이트를 하냐니까 말을 잘못알아들어서
보통은 밖에서 계속 만나고, 키스까지만 하고, 그러다가 천천히.. 이러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아니 데이트를 어떤걸 주로 하냐니까 
아 그런뜻이냐고, 보통 동네에서 하는 행사들 가는데 여긴 좀 힘들어서 영화보러 자주 간댔다
그래서 알았다고 가자고 했다
눈이 좀 많이 오고있어서 J가 오늘 정 안되면 자고가던지 일찍 가래서 ㅋㅋㅋㅋ 
"너 마음의 준비가 될때까지 너네집에서 안잘거야!"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친구들이 와야하니까 정신차리고
5시쯤 되서 과카몰리 만드는거 도와달래서 고수를 찹찹찹 써는데 Z와 L이 먼저왔다
Z는 J보다 한학년 아래고 L은 Z의 여자친구인데 뮤지컬 배우랬다
재밌는 친구들이었다 Z도 유대인인데 완전 유대교 버린 유대인이고 ㅋㅋㅋ L은 그와중에 자기집은 독일인이랑 유대인 피가 섞여있대서 ㅋㅋㅋㅋㅋㅋㅋㅋ Z가 막 헐 너 그럼 나 죽일거냐고 너 우리 가족을 죽였다고 저리 꺼지라고(!) 진짜 진지하게 얘기하곸ㅋㅋㅋㅋL은 야 내가족은 내가족을 죽였어 이러고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라는 친구도 왔는데 J의 랩 동기인 R의 남편이랬다 R은 공부하느라 못왔고
해프타임쯤에 J라는 다른 랩 동기도 와서 총 6명이 모였다
다들 막 풋볼 팬은 아니고 그냥 모여서 먹고 마시며 보는데 되게 J한테 고마웠다
사실 정말 나도 이젠 친구가 없어서 이렇게 모여서 놀고 먹은게 정말 오랜만이다
내 성격이 더러운것도 한몫하지만 다들 이 동네를 떠나 다른데에 취직하고 한국 돌아가고 그러다보니 친구가 정말 없다
그래서 진짜 정말 너무 즐거웠다
다들 J랑 같은 과니까, 나도 너네랑 학교 같이 다녔고 우리과 이벤트들도 같이 참여했었다니까 다들 막 "진짜?! 근데 어떻게 서로 한번도 못봤어?!?!" 이러고있고 ㅋㅋㅋㅋ

사실 친구들 오기 전 J한테 우리 애정표현을 (public display of affection, PDA라고 함) 어디까지 해야하냐고 물어봤다 친구들이 우리 사이를 어떻게 아는지를 모르니까;
그리고 나는 PDA를 그냥뭐 손잡고 가벼운 뽀뽀?정도까지로 생각했는데 J는 엄청 당황하더니 자긴 PDA타입이 아니라고, 친구들앞에서 그러는게 싫댔다 그냥 옆에 같이 앉고 손잡는 정도로만 하자고
그래서 응 나는 PDA를 손잡고 가벼운 뽀뽀정도로만 생각했댔더니 아 다행이라고 ㅋㅋㅋ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자기는 막 완전 full 딥 키스 이런걸로 생각했대서 아무슨소리냐고 나도 싫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합의(?)를 보고

J가 호스트니까 자꾸 막 부엌 왔다갔다하고 바빴는데 열심히 따라다니며 챙겨주고, 치워주고,
J가 자기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서 고맙다고, 자기도 내 친구들 만나고싶대서 나 진짜 친구 없다고 너도 알잖아 했더니 그래도 만나고싶다고 ㅋㅋㅋㅋ 
근데 정말 만날 사람이 없어여...ㅋㅋㅋㅋㅋ;
뭐 그러면서 소파에 같이 앉아서 기대고있고, 손잡고있고, 부엌에서 뽀뽀 몇번 하고
나름 J 친구들에게 "우리 그래도 꽤 서로 좋아해" 라는걸 보여준듯하다

그렇게 길고긴 슈퍼볼이 끝나고 (6시반부터 10시 20분까지 한듯)
처음으로 Eagles가 슈퍼볼을 이겼다고 한다 
친구들은 다 가고 나는 뒷정리 도와주고
가려는데 여전히 애정담은 허그와 키스를 퍼부어준다
너무 고맙다고, 이번주에도 또 보자고, can't wait to see you already라고 한다
뭐랄까 이렇게 한주 한주 만남을 이어가려고(?)하는걸 보면 정말 얘도 내가 언제든 돌아설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걸 느낀다.
그렇게 집에와서 잘 왔다고, 오늘 너무 즐거웠다니까 자기도 너무 즐거웠다고, 자기 친구들도 날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한다.
다행이다 좋아해줘서.ㅎㅎ
정말 좋은 친구들이고, 나도 내 대학원 동기들이 생각나서 많이 그리웠다
진짜 매주마다 저렇게 모여서 먹고 마시고 놀았는데ㅠㅠ






그리고 오늘 아침 문자가 나름 더 다정해졌으며
나는 여전히 짜증이 나서 Y랑 친구들에게 상담했는데
그냥 성향차이라고, 천천히 가고싶을수도 있지 않겠냐고
딴여자 만나고 다닐 성격은 아닌거같다고 (누가알아!!!)
그리고 친구들이 해준 말이 도움이 되긴 했다
몇번을 썼듯이, 나도 사실 섹스 자체를 즐기진 않는다
차라리 혼자하는게 더 좋고 ㅋㅋㅋ 귀찮을뿐;
정말 좋은 섹스를 하는건 정신적인 요인이 정말 크다
서로 좋아한다는 마음이 강할때, 정말 서로를 원할때 하는게 행복하다
친구들도 그렇다며, J도 그랬을수도 있지 않겠냐고, 오히려 J가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보니 나도 첫글에 썼듯 처음 섹스가 그닥 그렇게 좋진 않았고 사실 너무 불안해서 별로 느끼질 못했다
그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얼마나 좋냐고, 어떤 남자가 저렇게 차분히 널 앉혀놓고 진지하게 천천히 가자고 말하겠냐고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려고한다
아직도 좀 불안하고, 무섭지만

방금전 사실 이 글을 쓰다가 또 벅차올라서 
2시간전 J가
J: 오늘 하루 잘 보내! 심심할때 문자하고 :) (지가 하면될걸 맨날 나보고하래)
라고 했길래 문자를 보냈다
나: :) 내가 어제도 말했던거 아는데, 진짜 어제 나 불러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나 사람들이랑 그렇게 어울리며 재밌게 논거 너무 오랜만이야. 진짜 너무 재밌었어. 나한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랬더니 J가 답장이왔다
J: 너가 재밌었다니 정말 좋다. 그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어 나도 참 행운이라 생각해. 그리고 너같이 awesome한 사람하고 그들을 공유할수있어 너무 행복해.
그러더니 
J: 방금 그 말로 너의 칭찬 알러지를 일으키질 않았길 바래 ㅋㅋㅋㅋㅋ 
라고 왔다.
칭찬 알러지보단 눈물이 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페북친구하고나니 얘 페북에 모든게 다 보이는데
전여친과의 사진들, 흔적들을 하나도 안지웠다
보통 미국애들이 그런걸 잘 안지우기도 해서 별 신경은 안쓰이지만 "나 너 전여친 이름알아" 하고 툭 던졌더니 "아 다 지울까?" 하길래 냅두라했는데 ㅋㅋㅋ
내가 아는 J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문법에 되게 엄격하고 (나한텐 문법 지적 한번도 안했는데 전여친이 자기 너무 지적한다고 쓴 글도 있었고),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전여친이 스타트렉인가?에 나오는 행성을 뜨개질로 떠줬는데 I love this girl!!이라고 써놓은것도 보면서
나는 J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겠구나 라고 많이 자책했었다
영화도 정치도 관심없고, 문법도 개판이며 (영어를 어릴때 미국 살때 자연스럽게 배워서 문법이 꽝이다, 한국에서도 항상 모의고사 영어는 1등급이었는데 100점은 못받은게 항상 문법을 한두개씩 틀렸다), 슈퍼볼처럼 저렇게 자연스레 모여 놀고 수다떠는것도 잘 하지는 못하는데
나보다 훨씬 더 잘 맞는 여자들이 많을텐데 싶었는데
저렇게 말해주니 참 고맙다

내가 잊고있던 이런 행복감들을 깨우쳐줘서 고맙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줘서 너무 고맙고.
내가 J가 원하는 사람이 맞길, 또 J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맞길.
서로에게 좋은 complement가 되어주길 -
천천히, 천천히 알아가며 서로에게 제일 좋은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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