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holder 연애의 기록들

요즘 나는 집을 보느라 엄청 바쁘다.
고맙게도 J는 나와 항상 같이 가줬고, 아무것도 모르고 줏대도 없는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견들을 J에게 들으며 
집 잘못 사서 우리집안을 말아먹을뻔한 결정에서 몇 번을 벗어났다.

처음의 내 생각과 달리, 적당한 가격대에 최근에 지어진 2패밀리 홈이 정말 없다.
몇개 봤는데 아무래도 보통 투자용으로 쓰기 때문에 관리가 너무 안되어있고
차라리 싱글 패밀리 홈들이 관리가 훨씬 더 잘 되어있고, 나중에 좀 더 비싸게 팔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냥 싱글 패밀리 홈을 보기 시작했다.
어제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봤지만.. 수익이 너무 안나올거라 포기하고
2패밀리 홈도 마음에 들었는데.. 집주인이 집 판다고 세입자들한테 말도 안했고, 우리가 보러 온다고도 말안했으며 (집 보러 올때는 집주인이 공지해서 세입자들이 다 집에 없어야함), 1층집은 월 계약이라 분명 6월자로 빈다고 했는데 지난주에 바로 세입자를 또 받았다.
집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그냥 적당히 내가 들어가 몇년 살고 나와서 렌트 줄 괜찮은 집
근데 J가 첫단추부터 저렇게 꿴 사람이랑 무슨 거래를 하냐고, 본인같음 안하겠다고 정곡을 찔러줬다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같이 가줘서 참 고마웠다.

그렇게 집들을 잘 보고 저녁 먹으러 가는데
나: 아 그 처음 본 집 너무 마음에 들어.. 근데 수익이 안나올테니 포기해야겠지..
J: 그러게 나도 그집 참 예뻤어
나: 그치. 근데 나 혼자 살기보단 둘이 살아야할 집 같아 (라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말함. 진짜 신혼부부가 살기 좋을 집이라고 엄마도 보고 말했음)
J: 맞아. 근데 자기야 난 아직 같이 살 준비가 안됐어. 6개월뒤에도 그런 준비가 됐을지 아닐지도 몰라.
나: 알아. 나도 같이 살고싶지 않아 아직은. 그래도 이주변에 집 구하고 싶어. 자기랑도 가깝고싶고, 생각해보면 우리동네에선 회사가는거 빼고 나 아무것도 안하고 항상 여기서 모든걸 다 하잖아.
J: 근데 여기서 하는 모든건 거의 다 나 때문이잖아.
나: 뭐 그건 그렇지.
J: 아마 내가 자기보다 더 빨리 졸업할텐데 (논문만 쓰면 끝) 그럼 나 어디 갈지 모르는데, 나 때문에 여기로 이사 오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어.
여기서부터 나는 기분이 상했다.
J는 졸업하면 워싱턴 디씨에 1년짜리 펠로십을 가고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따라갈 줄 알았지...
근데 역시 J는 아니었구나.
디씨 가면 다른 백인 유대인 여자들도 많을거고.
그냥........ 나는 placeholder인가 싶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기분이 너무 상했다.
그래도 꾹꾹 참고 밥먹는데

이젠 11월에 자기 학회때 샌디에고 가는것도 같이 가면 좋지만 자기랑 솔직히 같이 보낼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낮에는 학회 가있고 밤에도 보통 소셜 행사들 가니까 나랑 얼마 못있을거라고 , 내가 돈들이고 유급휴가까지 쓰며 오는게 효율적일지 모르겠다는데
여기서도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언제는 나랑 같이 가자고, 그렇게 신나게 얘기해놓고...
너무 섭섭했다

J 집 앞에 와서 결국 눈물이 터졌다
내가 placeholder이냐는 말은 자존심에, 그리고 어차피 물어봐야 아니라고 할거 아니까 안물어봤지만
J: 자기야 왜 우는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이런저런 가능성 있는 이유들을 막 대더니) 내가 헤어지자 할까봐 그래?
나: (대답못함)
J: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러기엔 I care about you too much. I want to be with you.
나: 그냥.. 몰라 내가 너한테 부담을 너무 주나봐. 난 너랑 같이 살 생각 없어. 지금 우리 이렇게 지내는거 너무 좋은데 굳이 같이 살면서 망치기도 싫고, 서로 준비도 안됐는데 같이 살고싶단 생각 전혀 없어.
J: 근데 그럼 왜 갑자기 싱글 패밀리 홈들을 보기 시작한거야?
나: (위랑 똑같이 설명 - 관리가 너무 안되어있다, 나중에 비싸게 팔려고 했다) 근데 내가 너한테 집 같이 봐달라고 한게 너한텐 그런 생각을 줬나봐. 이제 안봐줘도 돼. 나 안그래도 너무 자기한테 많이 기대는거같아.
J: 무슨소리야, 나한테 기대는게 뭐가 있어? 그리고 난 자기 남자친구야. 자기가 힘들 때 기대라고 있는 사람이야.
나: 그래도 그만할래. 난 자기한테 너무 많은걸 받고있어. 자기 가족도, 친구도, 이런것도 다 너무 내가 일방적으로 받아. 나는 자기한테 주는게 없는데.
J: 자기야 자긴 내 삶의 일부잖아. 난 자기랑 내 삶을 공유하고싶어. 그래서 내 가족도 친구도 다 소개시켜준거고 자기랑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 나한테 주는게 없다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넌 나에게 너무 많은걸 줘. 자기 만나기 전에 난 혼자였어. 힘든일도 혼자 싸워야했고, 코너에 몰려도 혼자 싸워야했어. 근데 이젠 자기가 있잖아. 나랑 같이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

라고는 했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placeholder이란 생각에 나 집에 가고싶다하고 그냥 도망쳐왔다
엄마랑 친구랑 전화하며 기분이 나아져 밤에 J가 전화했을때도 괜찮게 받았고 지금도 괜찮았지만
글쓰며 다시 생각하니 또 섭섭하네.
한편으론 지키지 못할 약속만 남발하는것보단 낫지만. 
섭섭하다 아직도..
결국 나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자인걸까.
그냥 지금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덧글

  • 꾸에뚜뚜 2018/07/11 15:57 # 답글

    봉숭아님이 쓰신 글들을 읽어보면 J씨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안정적으로 자란 분 같아요; 그런 남자들은 굉장히 차분하게 거칠 것 거쳐가면서 길을 밟는 편인듯... 또 남자들은 여자들이 원하는 만큼 섬세하게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뉘앙스 일일이 생각 안하구 ㅡㅡ 저도 아 내가 당연히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일이 여러번 있어서 감정이입 하고 갑니다 ㅜㅜ
  • 2018/07/11 2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7/11 18: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11 21: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7/12 18: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13 01: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