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있던 사건들 가감없는 결혼생활

얼른 결혼생활 카테고리를 만들어야하는데 ㅋㅋ

이번 주말은 오늘까지 레이버데이라 쉬는 날이었어서 금토일 시댁 별장에 다녀왔다
참가 인원은 시부모님, 우리, 큰아주버님, 작은아주버님네 + 두 조카, 시누이네, 그리고 이번에 결혼하는 이종사촌 커플.

1.
시작은 매우 좋았다
조카들이랑도 너무너무 재밌게 놀고 우리조카들 귀여워죽겠고ㅠㅠㅠㅠ
둘째형님이랑도 육아 얘기하며 많이 친해지고
맛난것들도 너무너무 잘 먹고
다른 가족들이랑도 얘기도 잘 하고 잘 놀았는데…

2.
일요일 아침
조카들 먼저 아침먹고있었고 남편이 커피를 가지러 가면서 그냥 애들 뭐먹는거야? 이런식의 대화를 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30분 뒤 둘째형님이 갑자기 나와서 막 소리지르며 가족들 다 있는데 남편에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너 내가 애들한테 뭘 먹이든 뭔 상관인데? 너 나한테 그레잇 잡, 맘 이라 그랬어 너 왜 날 비꼬는데? (나는 이 말투가 뭔지 알거같은데 뭐랄까 "신기하다" 라는 의미로 한 말일거고 우리 다 그렇게 받아들였을거라고 이종사촌도 아버님도 동의했지만 형님에겐 비꼬는걸로 들렸나보다) 내가 뭘하든 어떻게 내 애들을 키우던 니가 뭔상관인데 왜 다들 나를 판단하는데!! 내가 얼마나 애들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데!!! 니가 뭔데 내가 그레잇 잡을 하고있던 말던 그런식으로 말하냐고!! 나 진짜 너무 기분상해서 여기 더이상 못있겠어 집에 갈거야!!!”
내 남편은 받아치며 싸우지 않고 자긴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다며, 자긴 정말 그렇게 말 하지 않을거고 우리는 정말 너희의 육아방식을 닮고싶어한다고, 그렇지만 내가 어떤 연유던 간에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 라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둘째형님은 귓등으로도 안들었고
나는 뭘 어째야할지 몰라 그냥 남편 손만 잡고 조용히 있고
급기야 어머님 아버님까지 개입해서 숭아랑 제이가 얼마나 너희를 존경하는지 모르냐고 달래시는데도 귓등으로도 안듣고 둘째아주버님이랑 애기들이랑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내남편은 자긴 아무리 되짚어봐도 그런말 한적이 없다고 그러고, 멀리 있던 나도 사실 잘 기억이 안나고,
그자리에 있던 이종사촌도 그런 말 들은 기억이 없다그러고…
어머님은 우시고 아버님도 속상해하시고
한 두시간 뒤 어쨌든 기분이 나아졌는지 둘째형님네는 집에 안가고 미국식으로 허그하고 화해하고 풀었지만
곱씹어보니 기분이 너무 나쁜거다

둘째형님은 연애+결혼까지 14년전 이 집안에 처음 들어온 며느리인데 아마 내 옛날 일기를 읽은 분들이라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관종끼 좀 낭낭하신분이다.
임신했다고 온갖 유세란 유세는 다 떨던.
그리고 남편이 돈을 매우 잘 벌어 대궐같은 집에 살고 일도 안하면서 베이비시터도 있다.
각자 자기 나름의 힘듦이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워킹맘, 싱글맘 이런 상황보다 훨씬 낫다는 의미.
근데 그렇게 오래 알고 친한 사이에, 설사 내남편이 진짜 그런 말을 했다 쳐도, 그게 그렇게 공개적으로 가족들 앞에서 소리지르며 화낼 일이었을까?

그리고 풀긴 풀었으나 내남편에게 사과는 안했다
그리고 남편도 사과를 받아내야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오래 안 사이고 가족인데, 형님이 사과한마디 안했다는게 좀 충격이긴 한가보다
아버님 어머님이나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똑같이 행동했을까?

내 남편은 아들 셋 중 막내이고 여동생이 있다
그래서 형들이 귀여워하는 방식으로 많이 놀리고 약간 집안의 (심하진 않은) 놀림 대상인데
처음엔 내남편이 아니었어도 누군가가 버튼을 눌렀다면 일어났을일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든게 쇼 같다는 생각이 들고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내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이렇게 화를 냈을까?

그렇게 난동을 부려서 내남편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우리 어머님이 울게 만들고
아버님 어머님이 아무 잘못도 없으신데 가서 “아가야 혹시 우리가 뭐 그동안 잘못한게 있다면 용서하고 앞으로도 우리가 잘못 말하면 얘기해주렴” 이라고 하는 아무 이유없는 사과까지 받아냈다

아이를 훈육할때도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에게 오히려 수치심을 주기 때문에
근데 다 큰 성인을 앞에 두고 소리지르고 화내고 사과도 안한건… 생각할수록 나도 기분이 너무 나쁘다
그리고 내가 내 남편을 지켰어야했는데 싶어서 후회가 크다
남편은 내가 아무말 안하길 잘했다고, 내가 한마디 했으면 더 상황이 악화됐을텐데 잘했다고 하지만.
곱씹을수록 너무 속상하다.

3.
그 와중에 내 남편은 정말 어른스럽게 잘 대처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형님이 화를 다 쏟아낼때까지 기다리고 “나는 정말 내가 그런말을 안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너한테 그렇게 상처를 줬다면 공개적으로 진심으로 사과할게” 라고 대처했다
나라면 되받아쳐서 싸웠을텐데
남편이 이래서 나랑 살수 있구나 싶었다 ㅎ

오늘은 그러면서 여전히 자기는 그런식으로 말을 안했다고 생각하고 형님이 자기한테 사과안한건 섭섭하지만
가족이니까, 그리고 이게 가족이라서 겪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자긴 기꺼이 감당할거고 사과는 몇번이고 할수있다고 하더라
자긴 안속상하다고 괜찮다하지만, 내 마음이 계속 너무 안좋아 답답하다
누구한테 얘기할수도 없고 그냥 답답하다

4.
이종사촌의 아내 될 사람은 정말 쾌활하고 성격이 좋다
내일이 그쪽 사람들 문화의 새해라고 음식도 엄청 바리바리해오고 막 뭘 만들면서 재잘재잘 얘기하는데
어릴때부터 엄마가 이런 음식을 하는것들을 보며 커서 자기도 익숙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내가 이쪽 사람들이었다면 내 자식도 아무 무리 없이 이런 문화를 잘 배울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한테 조금 미안했다
한국 문화를 챙기는건 온전히 내몫이 되는데, 제사를 지내는것도 정말 큰 일인데 문화를 지킨다는건 참 어려운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전히 두 문화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어머님에게 얘기했더니 걱정말라고, 작은거부터 한 해에 하나씩 하다보면 그리고 언젠간 가족들이랑 가까이 살게되면 좀더 쉬워지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그냥… 내가 어릴적부터 보아온 그런 자연스런 나의 한국 문화들이 생각나면서
아기한테 여전히 미안하네

5.
우리 시부모님은 너무나 좋으신 분들
이번달에 내 생일이 있는데 생일 케익, 카드, 그리고 선물도 챙겨주셨다
어떻게 갚아야할지..

6.
남편에게는 이런일이 또 생긴다면
당신은 당신이 그런 말/행동을 안했다 생각하니 그거에 대해선 절대 사과하지말되 의도치않은 상처에만 사과하라고 했다
그리고 쉽게 사과하지도 말라했다 남들이 쉽게본다고
속상하다 속상해.






덧글

  • blue snow 2021/09/07 12:35 # 답글

    ?... 전혀 화낼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글로만 읽어도 벙찌네요....어이없고 놀라셨겠어요..ㅠ 육아를 평가 당했다고 급발진하신건가요???? 그레잇 잡이라고 하면 뭐 대단하다 좋아보인다는 의미 아닌가요??....제가 잘못알고있는지ㅠㅠ....진짜 이상하네요 그분....;;; 다른걸 떠나서 어른들도 다 계신데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 데리고 들어가고 그러는거 정말 예의가 아닌데 제가 다 화나요..
  • 붕숭아 2021/09/07 21:44 #

    본문에 추가해야겠네요..;.; 형님 말론 비꼬는걸로 들렸다고..
    뭐가 어찌됐든 니가 뭔데 날 평가하냐고 급발진을...
    물론 저도 성격이 다혈질이라 ㅋㅋㅋ 아마 언젠간 저럴날이 올거같기도 하고 왜 저러는지 이해는 하는데,
    어른들 앞에선 그래도 참을거같거든요...
    생각할수록 씁쓸하네요.ㅎ
  • 톨히 2021/09/08 13:59 # 답글

    그분이 자기 스스로도 뭔가 자격지심이 있었나보네요. 얼탱이 없음..
    저런 분에게 남편 분이 정말 잘 대처하신 것 같아요.
    승패를 가를 일은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성숙한 숭아님 부부가 이긴 거라고 봐요.
  • 붕숭아 2021/09/09 02:55 #

    진짜 좀 어이없던게, 전날 제가 육아상담 할때 저한테 말하길
    "남들이 뭐라하던 신경쓰지말고 너 키우고싶은대로 키워! 남들이 뭐라하던 마음쓰지말구! 넌 잘할거야" 이래놓곤 다음날 바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솔직히 남편의 성숙함에 되게 놀랬어요. 사실 콩깍지가 다시 끼는 계기도 됐네요 ㅋㅋㅋㅋ
    저래서 저랑 살수있구나 싶고 참 존경스러워요.
  • Qwerty 2021/09/11 10:27 # 답글

    현명하고 차분한 남편을 두셨어요. 저라면 What....
  • 붕숭아 2021/09/13 21:49 #

    사실 저였어도 원래 제가 대신 싸웠을텐데,
    그전날 너무 조언도 많이 받고 그 주말간 되게 친해졌다 생각해서.. 제가 나설수도 없었고..
    남편이 참 착해요 정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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