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양육자, 시간의 유한성 붕숭아주니어

1.
주말에 한국분들이랑 모임이 있어서 갔다
대부분 미혼이고 한분만 딸이 있으신데, 이분도 한국인 와이프 미국인 남편이고 아가가 8-9개월때 보고 처음 보는 듯.
엄청 컸다, 벌써 27개월?
애바애가 너무 신기했던게
우리 조카는 30개월?인데 같은 여자앤데도 뛰어다니기 좋아하고 처음엔 낯 엄청 가리는데
이 아기는 너무너무너무 얌전하고 낯을 1도 안가린다
막 먼저 와서 손잡고 어디 가자하고 처음보는 이모 무릎에 20분씩 미동도 없이 앉아있고 ㅋㅋ
애기 어머니는 애기가 너무 얌전해서 걱정이라 하셨는데
나는 우리 조카 얘기하면서 이게 좋은거라고 ㅋㅋㅋ 우리애기도 이렇게 얌전하길 바랬다..ㅋㅋㅋㅋ

2.
원래 이중언어 - 특히 부모가 각각 다른 언어를 쓰면 - 아가들은 말문이 늦게 트인다고 한다.
그것도 여자애들이 그나마 좀 더 빨리 트이는 편이라고 하는데,
좋고 나쁨의 비교는 절대 아닌데 생각해보면 우리 조카는 영어 하나만 쓰니까 말을 꽤 잘하는데,
이 아가는 아직 말문이 안트였다.
그래도 우리가 영어든 한국어든 단어 가르쳐주면 곧잘 따라는 하는데,
대부분의 대화가 의미를 모르겠는 옹알이.
아기가 말이 늦는건 걱정되거나 나쁜게 아닌데, 내가 걱정한건, 
저 집도 한국인 엄마가 주 양육자에 데이케어 안가는데도 27개월에 한국어가 안트인거면,
도대체 내가 얼마나 오래 아이를 봐야 한국어를 할수있는가였다.

아직 아기를 낳지도 않았지만,
데이케어는 당연 영어만 쓸거니까, 영어에만 더 많이 노출되겠지 라는 생각에
1년 정도는 내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었다
근데 이건 뭐 1년으론 택도 안되겠는데....

물론, 내가 애초에 너무 쉽게 생각한거같다.ㅋㅋ
어차피 아이들 말문이 트이는건 12개월은 족히 넘어야하는데,
너무나 통 크게 1년만 쉬겠다고 생각했다.

3.
그래서 잠깐 생각했다.
우리같은 한국-미국 커플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정유치원을 해보는건 어떨까?
그러나 1) 우리집은 동물이 너무나 많으며 2) 나는 아직 내 애도 안키워봤고 3) 한국엄마들은 무섭고 4) 내 애도 안키워봤는데 남의 애들까지 봐주긴 너무나 힘들것이다..ㅋㅋㅋ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내 꿈이 아니라는거다.
그렇게 엄마 등골 빼먹고 유학하고 학위 몇개씩 따놓고
결국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은걸까..?

4.
물론 내 지금 직업도 내 학위들과 거의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안정적이고, 베네핏이 너무 좋으며, 야근 출장 1도 없고, 너무나 자애로우신 매니저님 덕에, 애 키우기엔 너무나 좋다.
그리고, 내가 더 큰데로 이직하고 노력해봐야, 결국 이방인 여성으로서 어디까지 올라갈수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경제권 없이, 남편 혼자에게만 기대서
애들만 챙기고 나는 안챙기다가 결국 밑볼엄마 로만 남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로 평생 사신분들을 비하하는건 절대 아니다 - 집안일+육아가 얼마나 힘든데.. 리스펙트)

5.
글을 쓰다보니 정리가 좀 더 되네.
결국 내가 원하는건
1) 안정적이고
2) 복지 좋고
3) 돈 많이 주고
4) 애기가 한국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케어가 가능할 정도로 여유로운 = 여유로운 재택 혹은 회사에 애를 데려가도 되는
그런 모든 엄마가 원하는 직업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직업을 재택으로 하면 너무 좋을텐데.

6.
결국 이건 다 내 욕심이다
어차피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쓸 일이 없는 애를
단지 자신의 뿌리를 알면 좋겠다는 바람과 외할머니할아버지랑 말이 통했음 좋겠다는 내 욕심.
양쪽 부모가 한국어를 쓰고 어릴땐 한국어만 쓰다가도 
학교 가기 시작하면 한국어 다 까먹고 영어만 쓰게 되는게 흔한데
(그리고 이건 절대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애들은 그냥 자기가 편하고 더 많이 노출되는 언어를 쓸 뿐.)
나 혼자만 한국어를 3년간 써준다 해도 pre-k 들어가면 한국어 다 까먹고 영어만 하게 될텐데
결국 그냥 다 내 욕심이겠지..

7.
내가 갔던 모임의 특성도 있고, 어쨌든 결혼출산이 늦어지는 추세라 모임의 거의 80%가 아직 미혼에 싱글인데
그 중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길,
자기들은 지금 연애 시작해서 결혼 1년만에 하고 애기 낳아도 40이라고,
놀아줄 체력도 없을거고 거기다 애가 대학원이라도 간다하면 자기들 나이 70 80까지 서포트해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런 얘기들을 하시는데 시간의 유한성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결혼은 인륜지대사인데 아무나 붙잡고 할수도 없고,
연애 기간도 적당히 있어야하고,
근데 시대가 바뀌면서 다들 하고싶은 일은 많아지고,
결혼과 출산은 아무래도 하고싶은 일에 족쇄를 묶이는거고,
근데 사람의 나이와 출산엔 한계가 있기에 언제까지 미룰수도 없고..

오늘도 생각한다,
결국 한 8살?까지만 귀엽고 말거고 나머진 내 인생의 책임과 족쇄가 될 자식인데
왜 인간은 그렇게 번식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까.
참 신기하다.

덧글

  • rumic71 2021/09/14 01:54 # 답글

    유튜버 올리버쌤은 본인이 미국인이지만 자기 애가 양쪽 언어 다 잘하길 바래서 집에선 한국말만 쓴다고 하더군요. 영어는 어차피 살다보면 금방 익힐거라고...
  • 붕숭아 2021/09/14 03:38 #

    올리버쌤도 한국말 잘해서 도움이 될거같아요..ㅋㅋ 제남편은 한국어를 못하니까 저만 해야하는데, 잘 되었음 좋겠네요..ㅠㅠ
  • 에타 2021/09/14 03:36 # 답글

    저희 얘도 말이 느려요 ㅎㅎ 심지어 첫째는 48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말이 느린편이라- 얼마전에는 엄마랑 통화하는데 너네 얘는 왜 그리 말이 느리냐고 책좀 읽히라 하다가 대판 싸울뻔 했지요 ㅎㅎㅎ 내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주는데! ㅋㅋ 어차피 책 절반은 한글 절반은 영어라 책을 많이 읽힌다고 해서 말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둘째는 그래도 첫째보다 말이 많이 빠른편인데 옹알이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에요. (현재 30개월..)

    아기들 마다 각자의 성장 곡선이 있는 것 같아요. 부모로서 해야할 일은 여유를 가지고 그것을 바라봐주고 필요할땐 도움을 주고 (재촉은 하지말고) 그러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하도 비교를 하길래 짜증이 날때가 종종 있네요 ㅋㅋ (지들이 의사냐고!! ㅋ) 특히 한국은 남들과 비교하는게 일종의 문화인지라..부모로서 중심을 잡는게 쉽지 않습니다 ㅎ 얘가 나이 먹어가면 더 쉽지 않겠지요..
  • 붕숭아 2021/09/14 03:42 #

    한국은 정말 비교가 문화죠.. ;;
    열달후에 라는 어플 보고 진짜 깜짝 놀랬자나요..ㅋㅋ 태아 머리크기, 허벅지 길이 이런거 알려주면 어플에 넣어서 백분율로 보는건데
    무슨 태어나지도 않은 애를 "정상"발달중인지 보겠다면서 그때부터 비교를 하면서 "어머 우리애는 다리가 길어요" "어머 우리애는 머리가 작아요" 이러고있는지..;;

    부모로서 여유를 가진다는게 참 어려운 일인데, 잘하고 계시는거같아요!!
    애들은 어느순간 언어가 확 트인다는걸 전 믿어요.ㅋㅋ
    사실 제가 미국 처음 왔을때, 10살때 영어 1도 모르고 애플 펜슬만 알고 왔는데, 6개월간 벙어리 귀머거리이다 겨울방학 지나니 갑자기 영어가 트인거예요.
    나머지 6개월은 영어 잘 하다가, 한국 들어와서도 계속 팝송듣고 학교 영어 배우고 하다보니 이중언어가 잘 자리잡혔죠.
    지금 코비드때메 또 사람도 잘 못만나고 그래서 그런것도 있을거예요ㅠㅠ
    장담하는데 유치원/학교 가기 시작하면 영어 아주 스펀지처럼 배워올거예요 아가들 ㅎㅎㅎ
  • 2021/09/14 22: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1/09/14 23: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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